전세 사기의 피해자가 떨어진 곳은 끝이 아니었다.

전세 사기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더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져야 하고, 전세 사기 가해자도 피해자인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세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 전세 사기 피해자를 더욱 심연으로.

최근 경매에서 유행하는 방법이 있다. 분명한 합법이고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같은 인간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잘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일단 이 방법이 가능한 것도 최근 전세 사기 물건이 엄청나게 풀렸기 때문이다. 나쁜 마음만 먹으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많아졌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참고로 중간 중간 디테일적인 부분은 제외했다. 단순히 흐름 정도만 파악하자.

  1. 우선 아무나 50~100만원 정도로 유령 법인을 하나 만든다. 개인이 대략 100만원 아래의 돈으로 법인을 만들기는 매우 쉽다. 이걸 편의상 A 법인이라고 하겠다. A 법인은 일종의 페이퍼 법인이다.
  2. A 법인을 통해 경매에 참가한다. 이때 경매에 나온 다른 물건들은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전세 사기로 나온 경매 물건들만을 살펴본다.
  3. 전세금이 있는 물건은 일반적인 경우 낙찰 받은 낙찰자가 책임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시세보다 전세금이 비슷하거나 높은 역전세 물건(깡통)은 낙찰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물건은 계속해서 유찰된다. 예를 들어 3억짜리 빌라에 전세가 2.9억이나 3.1억일 때 경매 유찰로 1,000만원 이하의 몇 백만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1억 초반 매물의 경우 300만원에 낙찰되기도 함.)
  4. 이런 전세 사기 물건들을 몇 백만원 단위로 법인 명의로 낙찰받는다.
  5. 기존의 세입자가 낙찰자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연락하는 것들을 모두 무시한다. 혹은 경매에 대해 잘 모르거나 기다리란 식으로 시간을 끈다. 이 경우 세입자는 피가 말라간다.
  6. 낙찰자는 세입자에게 연락을 한다. 법인 명의로 빚이 있고, 당신이 나한테 돈(보증금)을 받지 못한다고 다시 경매로 넘겨봤자, 법인 명의로 잡힌 빚 변제가 우선이기에 당신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말이 연락이지 협박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실이며 현행법에 부합하는 부분들도 있다. 실제로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기와 협박 부분. 만약 해당 법인의 빚을 다른 채권으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끔찍하다. ( 6번 부분에 대해 실제로 처벌을 받을지도 미지수고, 받는다고 해도 이익적인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
  7. 이때 낙찰자는 세입자에게 몇 천만원 받고 나갈 건지 아니면 시세가 오를 때까지 살지 그도 아니면 경매로 넘기고 한 푼도 못 받은 채로 길거리에 나앉을건지를 선택하게 한다. 세입자는 사정상 임차권 등기만 해두고 이사를 하여 집이 비게 되면 주변 시세 대비 싼 값에 월세를 내놓고 경매에 사용한 돈을 회수한다. 참고로 이 역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천만원을 받고 나가는 경우도 해당 집에 월세를 놓고 돈을 회수하다가 팔아버리면 그만이다.

위 방법은 전세 사기 피해자만 더 피해를 보면 되는 것이다. 최근 03년생을 포함해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도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임대차 보호법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법률에 너무나 많은 헛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그런다. 그냥 내가 잘 먹고 잘 사면 되는 걸 뭘 그리 따지냐고. 애초에 경매 물건 중에 사연 없는 물건이 어디 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애초에 상대의 처지를 알고 법인까지 만들어서 전세 사기 물건만을 노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전세사기 가해자도 피해자가 된 상황?

전세사기-관련-뉴스

전세사기 가해자면 가해자지 왜 피해자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이들도 돈을 벌기 위해 갭투자를 한 것도 사실이다. 위험을 안고 투자를 했고, 실패했으면 사기고 결국 가해자일 뿐일지 모른다. 이곳의 인터뷰를 한 이들에게 달린 댓글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말란 이야기들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말하면, 갭투자를 생각하지 않았던 일반인에게 친한 언니로 접근한 사람이 몇 달에서 몇 년간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다가 자신이 돈을 빌려주면서 갭투자를 하게 했다. 계약서에 이름까지 하나하나 적어서 도장만 찍을 수 있는 상태로 말이다. 여기서 갭투자를 한 많은 이들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던 여성들이다. 그저 혼자 키우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잘 살기를 바라면서 했던 마음을 이용한 악의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다만 여기 나온 사례 외에 정말로 순수 악으로 갭투자를 한 이들도 있다는 것을 잊지는 말자.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들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든 이미 결과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 리베이트 관행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전세 사기가 많은 이유는 기존 분양 대행사, 신탁사, 시공사, 시행사 등의 부동산 리베이트에서 기초한다. 폭탄이야 던지면 그만이고 나는 돈만 받으면 땡이다란 생각으로 사업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굴러가는 것을 보면 악성 사업지를 그 지역 중개사들에게 높은 리베이트를 통해 넘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움직인다. 결국 기존의 부동산 사업 자체의 뿌리부터가 잘 못되었다는 거다. 거기에 법제 역시 절대로 소비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세사기 대책에 대한 정부태도

예방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늘 문제가 터지고 나서 세금으로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이에 대해 우리의 반감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에게 향한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돌을 던질 거면 가해자와 방관자에게 해야할 것을 어째서 우리는 피해자에게 분노하게 되는 것일까.

정부와 기관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알고 있다. 괜히 나섰다가 얻는 것은 0인데 잃는 것은 몇 배 이상인 위치니깐 말이다. 하지만 그 위치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있는 곳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자리가 아닌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공공을 위해 일하는 위치라면 그에 맞는 사명감과 행동을 해야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사람들에게 무슨 사명감을 요구하냐고 하지만 사명감 없이 돈으로 움직이고 싶다면 민간 사기업이 더 옳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월세든 전세든 매매든. 언젠가 부동산은 우리 일이 된다. 그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확인만 잘하면 문제 없다, 나는 그럴 일 없다. 저런 걸 당하는 놈들이 멍청한거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부동산 업계에서 몇 십 년을 일해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 놈의 관행과 실무는 달라요란 말 때문에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실제로 제도상에 있는 모든 것을 120% 확인해도 그 놈의 121%를 확인하지 못해서 당하는 곳이 이쪽 업계다.

지금의 법과 제도는 얼마든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분노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방관자들에게 향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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